공자 말씀 녹인 지역경영 지혜, 중국 역수출
[중앙일보] 입력 2014.09.26 01:30 / 수정 2014.09.26 01:32
강형기 교수 책, 베이징대 번역 출간
"부패와의 전쟁 중국서 큰 관심"
“공자는 『논어』에서 ‘근자열 원자래(近者說遠者來)’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현대 시각으로 보면 ‘한 지역 주민을 행복하게 하면 먼 곳 사람들이 그 지역 주민을 부러워하며 스스로 찾아오게 된다’라는 뜻으로 새길 수 있겠죠. 21세기에도 적용 가능한 지방자치·지역경영의 핵심이 아닐까요?”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인 강형기(62) 충북대 교수(행정학)의 말이다. 공자로부터 지방자치·지역경영의 지혜를 읽은 강 교수의 저서 『논어의 자치학』(비봉출판사)이 최근 중국 베이징대 출판사에서 『오래된 미래의 길(那久遠的未來之路)』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됐다. 베이징대 출판사에서 외국인의 공자 관련 책을 펴낸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자로부터 현대 지역경영의 지혜를 빌려온 데 대한 중국 반응은 어떤가.
“베이징대 출판사는 최근 베이징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유학계 원로인 왕쑨(錢遜) 국제유학연합회 부회장, 왕지에(王傑) 중공중앙당교 교수, 푸용쥐(傳永緊) 취푸(曲阜)사범대 총장, 박근혜 대통령 자서전을 번역한 싱리쥐(邢麗菊) 푸단(復旦)대 한국연구센터 부소장 등 공자, 철학, 사상, 한·중 관계 전문가를 모아 ‘21세기 공자와 지도자의 자세’ 한·중 심포지엄을 열었다. 여기에 참석해 공자 사상을 현대 행정·지역경영·소통 등에 적용한 연구와 경험을 이제 중국으로 역수출할 가능성을 엿보고 왔다.”
- 왜 베이징대에서 큰 관심을 보였을까.
“공자는 ‘견리사의(見利思義·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지를 생각하라는 뜻)’를 강조했다. 나는 저서에서 ‘국민의 과잉 물욕과 지도자의 부패를 견리사의로 해결하자’라고 강조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국 입장에서 이런 충고가 눈에 들어왔을 수 있겠다.”
- 어떻게 공자 사상을 지자체 경영에 응용할 생각을 하게 됐나.
“몇 년 전 『논어』를 공부하다 행정학자 입장에서 반하게 됐다. 국가·지역을 경영하는 지혜가 넘쳤기 때문이다. 특히 ‘한 지방을 관리할 책임을 졌다면 1년 안에 기반을 잡고 3년 안에 실적을 올려야 한다(苟有用我者 期月而己可也 三年有成)’라는 구절에 눈길이 갔다. 임기가 4년이라 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차기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 지자체 단체장들의 상황과 일맥상통해서다. 그래서 공자 사상을 지자체 경영과 접목하는 연구를 하게 됐다. 저서는 오랜 연구의 결실이다.”
- 한국 지자체 단체장들이 공자에게서 배워야할 가장 큰 지혜가 무엇일까.
“공자는 정치의 기본을 묻는 질문에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必也 正名乎)’라고 답했다. 한 지역의 단체장은 우선 자신의 역할과 사명이 무엇인지부터 인식하고 그 지역이 추구해야 할 발전 목표와 비전을 세운 다음 이를 공직자와 시민이 공감하고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오늘날에도 손색없는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채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