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중국건축 이야기' , 중국건축의 핵심 꿰뚫어
[뉴시스] 입력 2014.09.26 08:15 / 수정 2014.09.26 11:03【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우리는 어딜 가든 또 무엇을 하든 건축물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건축'이라는 단어 앞에서 흔히 장대하고 복잡한 것, 경외하며 올려다봐야 하는 무언가를 떠올린다. 그러나 건축은 그렇게 멀찍이서 감상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건축이라는 개념조차 생겨나지 않았던 아스라한 옛날, 크고 작은 동물이 주위를 배회하던 시대를 인간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지붕도 창문도 없이 나무는 줄곧 나무인 채 돌은 내내 돌인 채로 놓여있던 세월을 지나 등장한 태초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책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는 쉽고 명료한 언어와 따뜻한 그림으로 건축의 본질을 풀어내고, 건축이 갖춰야 할 기본을 짚어준다. 자오광차오와 마젠충은 자연에서 거둔 재료의 운반과 가공 방법, 그릇과 가구, 민가와 황실의 건축 양식에 더하여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까지 고려한 중국 건축을 소개한다. 여기에 가족과 이웃도 빼놓지 않는다. 옛사람들은 마치 축제를 치르듯 협력해 서로의 집을 지었으며 이는 이상적인 거주지의 완성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런 내용은 중국 건축에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 전반과 흐름을 공유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중국의 문화를 연구해온 저자들은 건축을 재료와 기술의 결합 이상의 것으로, 즉 자연으로 지은 공간과 인간의 만남으로 바라본다. 건축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점, 선, 면, 시간과 빛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고려하고 품어내야 하는 영역이다. 자연의 자재로 쌓아올린 공간은 사람과 만날 때 비로소 따뜻한 숨결이 스민 장소로 되살아나며, 결국 건축에는 기술뿐 아니라 건축가와 거주자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철학까지 담겨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모든 것은 자연에서 왔고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며 사람은 자연 곁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평범한 이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건축의 근본과 핵심을 쉬운 언어로 풀어낸 본문은 힘 있는 그림과 조화를 이루며 더욱 단단해졌다. 책 속의 그림은 단순한 삽화에 머물지 않고 글로는 전할 수 없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읽는 맛과 보는 맛을 동시에 충족하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는 흔히 복잡하고 상징적인 의미 체계를 지닌 거대 건축물로 대변되는 중국 건축의 기본 골자를 친절하고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공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앞으로 건축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할지 짚어주고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만들어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명화 옮김, 168쪽, 1만8000원,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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