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송하엽 지음 | 효형출판 | 336쪽 | 2만원
한 지역,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이야기하면 건축계에 유명한 ‘에펠탑 효과’와 ‘빌바오 효과’가 빠질 수 없다. 에펠탑 효과는 새로 들어선 건물을 처음엔 흉물스럽다고 비판하지만 오랫동안 접하면서 좋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에펠탑은 설계 단계는 물론 세워진 후에도 수년 동안 파리의 아름다움을 망치는 흉물로 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 침공 등 시민들과의 동고동락을 거치면서 제 진가가 드러나 이제는 파리 랜드마크를 넘어 프랑스의 상징 건축물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랜드마크 건축물, 나아가 주요 도시들의 건축 현주소 등 다양한 측면을 분석함으로써 현재 한국의 도시, 특히 서울을 되돌아보고 향후 도시 계획과 건축물 건설 등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
우선 랜드마크 분석에서는 랜드마크들이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지어지고 도시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되는지, 이들 랜드마크가 도시와 도시민들에게 미친 영향과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보여준다. 에펠탑,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물론 미국 자유의 여신상과 워싱턴 기념비·그라운드 제로,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비판 속에서 오히려 랜드마크로 떠오른 유사한 형태의 건물인 런던의 거킨 빌딩과 바르셀로나의 아그바 타워 등이 분석 대상이다. 이들 건축물의 설계와 건축 과정, 도시와의 관계성 분석, 랜드마크를 둘러싼 갖가지 사연도 소개돼 흥미를 자극한다.
저자인 송하엽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랜드마크만이 아니라 좀 더 큰 틀에서 주목할 만한 세계 주요 도시들의 도시 계획과 건축의 현주소, 나아가 랜드마크 경쟁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만한 내용이다.
분석 대상에는 ‘세계의 건축 박물관’이자 ‘동서양의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상하이, 숱한 고층 건물로 한때 발전·번영·부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모래성으로 비판받는 두바이, 갖가지 건축물이 혼합돼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라스베이거스, 떠오르는 싱가포르 등이 포함됐다. 특히 뉴욕의 하이라인과 서울의 청계천 복원을 다각도에서 비교한 부분은 도시민을 위한 진정한 도시 계획의 의미,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의 방안 등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랜드마크를 “한 시대의 열망을 보여주는 엑스레이”라고 표현하는 저자는 도시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랜드마크들의 공통점으로 “건축물, 도시, 이용자들 사이의 활발한 소통과 상호작용”을 꼽는다. 특히 과거의 랜드마크가 “엄청난 높이의 고층 건물” “수직적” “폐쇄적”이었다면 21세기의 랜드마크는 “여백의 공간인 길, 땅에서 시민을 위한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공간의 모습, 공간 창출 과정이 수직적이라기보다는 수평적”이고 위압적인 형태가 아니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 참여를 수용”함으로써 “공유의 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낡은 발전소 건물을 재생한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폐선된 열차길을 탈바꿈시킨 뉴욕의 하이라인을 꼽는다.
책은 서울시가 랜드마크로 추진했으나 설계·건축 과정에서 큰 논란을 빚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앤파크(DDP)의 개관(3월21일)을 앞두고 나와 더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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